‘다리를 놓는 자’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논란들
2025년, 가톨릭 교회의 새 교황으로 **레오 14세(본명 로버트 프리보스트)**가 선출됐다. 그는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한때 페루 빈민가에서 20년 동안 봉사한 이력이 있어 ‘개혁적인 인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그 이미지 뒤에는 성범죄 은폐, 재정 문제, 권위주의적 운영 방식 같은 크고 작은 논란들이 숨어 있다.
성범죄 은폐 의혹…“피해자보다 교회의 체면을 우선시”
레오 14세가 과거 수도회 지도자와 주교로 일할 때, 성직자의 성범죄를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카고의 한 가톨릭 고등학교에서는 성직자가 학생을 성추행하고 아동 포르노를 소지했다는 폭로가 나왔지만, 해당 성직자는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했고, 교회는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에게 합의금이 지급된 후에야 퇴출됐다.
또한, 성범죄 혐의가 있는 성직자를 아이들이 있는 수도원 근처에 거주하게 한 사례도 있었다. 페루에서 교구장으로 일할 때도, 피해자들의 신고에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피해자 단체들은 레오 14세의 교황 선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가해자 편에 섰고, 피해자를 외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바티칸의 재정 투명성 문제…“돈은 있지만, 사용처는 비밀?”
가톨릭 교황청은 예전부터 돈세탁, 내부 비자금, 부패 문제로 논란이 많았다.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를 개혁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레오 14세는 교황청에서 성직자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자산 운영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고, 외부 감사 시스템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의 재임 시절, 회계 부서 인력이 줄어들었고, 재정 보고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그가 진짜 개혁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말로는 투명성을 말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평신도 배제와 권위주의적 운영 방식
가톨릭 교회에서는 일반 신자(=평신도)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는 여성 신자들에게도 교회 고위직을 맡기려 했고, 회의에도 참여하게 했다.
하지만 레오 14세는 전통적인 성직자 중심 체계를 고수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열린 세계주교시노드에서는 “평신도의 발언권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여전히 중요한 회의에는 여성이나 일반 신자가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황청이 여전히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 정의 외치는 교황, 실천은 부족?
레오 14세는 이름을 19세기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에게서 따왔다. 그는 기후 위기, 빈곤, 노동권 등 사회 정의 문제에 대해 자주 언급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교황청이 화석연료에 투자한 자산을 정리하지 않았고, 친환경 전환을 위한 예산도 거의 쓰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환경단체들은 “말만 할 뿐, 행동은 없다”고 비판한다.
또한 교황청은 여전히 막대한 자산과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가난한 자와 함께하겠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진짜 개혁이 필요한 시간
레오 14세는 ‘다리를 놓는 자’라는 상징을 가지고 교황직에 올랐지만, 실제로는 기득권을 유지하고 문제를 덮는 데 더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성범죄 은폐, 재정 불투명, 평신도 배제 문제는 더 이상 침묵으로 덮을 수 없다. 교황청이 진정으로 개혁하고 신뢰를 되찾으려면, 이제는 진실과 책임으로 응답해야 한다.
교황 레오 14세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제 그는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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